백야행은 원작소설도, 드라마도 모두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더욱 백야행을 한국에서 영화화 한다는 소식에 소재나 분량, 각색 등에서 상당히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드라마에서 아야세 하루카와 야마다 타카유키의 콤비가 워낙에 잘 어울렸던 탓에 딱히 한국에서 적합한 배우도 생각할 수 없었고 여기에 모 아이돌 기획사가 제작을 맡는다는 뜬소문이 겹쳐져 한국 배우로는 어디 얼굴 반반한 아이돌가수(......이 아이돌이 예뻐하는 애일 경우가 더 문제임)라도 데려다 쓰는 거 아닌가 섣부르게 걱정도 됐었다.
.......그렇지만 캐스팅 발표 후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모든 걱정을 다 날려버렸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왜 유키호역에 손예진을 생각 못했었나 스스로가 어이없을 지경ㅋㅋㅋㅋㅋㅋㅋ 손예진, 나는 이 사람이 강북개(;)들과 씨름하며 안티와 싸우고 있을 시절부터도 oh 착하게 생긴 주제에 갭모에+_+라며 사뭇 맘에 들어 하고 있었던 탓에 이 배우가 출연한 작품은 의외로 거진 다 챙겨 보았던 편이다. 그래서 남들이 연애시대 드라마로 손예진 안티에서 팬으로 돌아섰다고 했을 때에도 나로서는 그저 저런 역할도 참 잘하네 라는 생각에 좋아하는 마음이 배로 늘어났을 뿐이고......아니다, 정확하게 나누자면 좋아하는 마음에 역시 배우로서도 믿음직하구나 라는 신뢰감이 더해진 계기가 된 것은 확실히 저 때 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백야행 선택은 이 배우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아는 영리한 배우라는 것에 확신을 줬다. 위험할 정도로 순수해 보이는 겉모습과 그 뒤에 감춰진 내면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어둠, 유키호의 이런 이중됨을 그럴듯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배우는 확실히 저 나이 때에서라면 손예진 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각색이든 뭐든 내가 알게 뭐냐고, 결국 뭐가 어떻게 되든 손예진의 유키호라면 한번 쯤 꼭 보고 싶네ㅡ라며 개봉일만 목 놓아 기다렸단 말이지ㅋㅋㅋㅋㅋ물론 덧붙이자면 눈망울이 예쁜 고수와 연기 잘하는 석규옹의 캐스팅도 나름 만족스러웠지만.
백야행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시노즈카가 이마에다에게 유키호의 조사를 의뢰하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과거의 장면은 조사과정에서 회상으로 넣으면 얼추 괜찮지 않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등장인물과 그 세월을 전부 한정된 시간의 화면에 담는다는 게 불가능해보여서 그 뒤로는 각이 안 나오더란 말이지.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제작된 영화판을 보니 이마에다와 시노즈카를 합쳐서 새로운 캐릭터ㅡ이민정이 맡은 이시영이란 역할ㅡ를 만들어낸 것 자체는 제법 어렸을 때 씽크빅 좀 휘갈겨 본 솜씨라는 느낌을 준다.
의외로 이 이시영이라는 캐릭터를 지켜보면 영화 백야행의 제작의도가 보인다. 우선 분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작의 그 등장인물을 다 나오게 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짤려나가는 캐릭터들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드라마판과 영화판의 차이가 있다. 드라마판에서 로맨스물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탐정인 이마에다를 없애버리고 원작에 비해 시노즈카의 비중을 높였던 것과 달리 영화판에서 이 이시영이라는 인물은 이마에다와 시노즈카가 합쳐졌다고는 해도 90% 정도는 이마에다에 더 가까운 캐릭터이다. 즉 소설판이든 드라마판이든 시노즈카라는 캐릭터가 유키호의 마음을 빼앗았던 진짜 태양 같은 남자였음을 고려해본다면 영화판 백야행은 시노즈카의 자리를 없앰으로써 로맨스보다는 스릴러 추리극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적어도 처음에는 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극으로 시작했던 백야행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드라마의 느낌을 차용해 온 것처럼 로맨스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그에 따라 필요 없게 된 탐정 캐릭터ㅡ이시영은 간단히 버려져 이하, 묵념......그래 뭐 한명 파묻으나 두명 파묻으나 묻는 건 똑같지ㄲㄲ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던 것에는 확실히 배우의 연기력 부족(그냥 무조건 딱딱한 어투로 얘기한다고 엘리트 비서로 보이는 게 아니라고;) 문제도 있었지만 1차적인 원인은 쓰고 버리겠다는 느낌으로 캐릭터 자체가 너무 얄팍하게 만들어진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민정양은 일단은 그냥 로맨틱 코미디 쪽에 집중하는 편이 좋습니다......귀여운 역은 잘 하드만ㅋㅋㅋㅋ
하여튼 뭐 소설의 기본적인 얼개를 따라 웬만한 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담아낸 점이나 의외로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충실히 표현해낸 점은 높이 살만하다. 형사캐릭터나 감정처리 부분에서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도 상당히 잘된 편이다.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한국의 느낌이 잘 녹아들 줄은 몰랐는데 이 부분은 정말 칭찬하고 싶다.
다만 확실히 제한된 분량 안에서 표현하려다 보니 요한(원작의 료지)과 미호(원작의 유키호)의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의 세월을 쿨하게 날려먹은 건 글쎄......이 영화가 원작 소설처럼 단지 끝까지 차가운 미스터리 스릴러로만 갔다면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결말이 알려진 미스터리물은 지루해질 우려도 있고 눈에 보이는 로맨스를 끼워 넣는 편이 흥미를 위해선 좋긴 할 테니 절절한 로맨스를 그려낸 드라마판의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뭐 드라마판은 안 보고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아무리 따져봐도 드라마판을 안보고 소설판만 보고서는 나올 수 없는 꼭 닮은 연출이나 대사들은 어찌 설명할건지......뭐 그래 우연찮게 그게 겹쳤다고 치고 그냥 넘어가더라도 어쨌거나 드라마판처럼 로맨스를 집어넣은 이상 그 긴 세월 그들의 끈질긴 인연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관객들의 감정이 그들의 관계에 몰입할 수 있을 만큼 달궈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임. 소설판에서, 또 드라마판에서 이들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세월을 지켜봤기 때문이거든. 중간부분을 싹둑 짤라 통째로 빼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벽히 재현하고 싶으니까 뒷부분의 중요한 대사는 다 넣어버릴테야☆라는 각오로 만들었으니 작품 감상 내내 뭔가 흐름이 툭툭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당연한 결과다.
이 덕분에 태양 아래에서 걷고 싶다는 요한의 대사나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기에 어둡지 않았다는 유미호의 대사나, 특히 유미호의 대사는 이거 소설판에서도 드라마판에서도 정말 가슴에 사무치는 느낌으로 다가왔었는데 영화판에서는 머라고요-_-라는 느낌? 이 여자가 갑자기 웬 중2병 말기틱한 대사를 하는 건가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만큼 뜬금없는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된 거다. 상당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인데도 대사가 착착 감기지 않는 느낌이 간혹 들었던 것에는 이처럼 각본 자체가 어느 정도 무리수를 두고 있었던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료지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차가운 표정으로 모르는 사람이라 부인했던 소설 속의 유키호, 료지의 소원대로 그의 죽음 앞에서 등을 돌리고 애써 울음을 참으며 걸어갔던 드라마 속의 유키호ㅡ소설과 드라마, 양극단에서 시종일관 줄다리기를 했던 영화판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듯 영화 속 미호는 이 두 가지 포지션의 절충된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이처럼 스릴러와 멜로, 양쪽을 모두 잡고자 했던 제작진의 욕심이 이 영화의 느낌을 어정쩡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특히 소설이나 드라마, 어느 쪽이든 미리 감상하고 또 만족을 느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족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싶음. 아니다, 오히려 어느 쪽이든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더 부족한 느낌일까? 적어도 원작을 봤던 사람들은 이들의 지나온 날을 짐작할 수 있기에 요한과 미호를 이해하기 수월했을 테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영화만 본 사람들은 드라마는 몰라도 소설은 한번 쯤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또한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던 탓에 처음 우려했던 것 이상을 뽑아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아쉬운 마음이 약간은 있다. 그래도 불가능할거라 여겼던 영화화를 이정도로나마 성공적으로 만든 것은 큰 성과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뭐 어쨌든 간에 배우들의 호연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볼 값어치가 있다. 주연 배우 3인방, 일단 석규옹은 사실 처음 캐스팅 때 사사가키 역을 맡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지 않나 우려했었는데 사실 이 영화가 한국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해준 것의 80%는 한석규가 맡은 한동수라는 캐릭터 덕분일거임ㅋㅋㅋㅋㅋ훌륭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균형을 딱 잡아주셨다. 개인적으론 요한이 엄마(이분도 캐릭터랑 딱 맡게 연기가 좋았음)랑 얘기하다가 사건의 개요가 전부 파악되면서 충격으로 눈가의 경련 일어나는 거 보고 쓸데없이 오 역시 연기파라며 감탄했음. 그리고 고수는 그래, 베드씬이 최고......아니 눈도 호강했지만(내 양옆으로 커플이 있었지만 오히려 저 대목에서는 혼자 맘껏 감상한 내가 승리자였음) 그 부분에서 감정표현이 정말 좋았다ㅋㅋㅋㅋㅋ딱히 베드씬 뿐 아니라 작품 전체적으로 흔들림 없이, 자신은 어둠 속에 있을지언정 사랑하는 이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고자 하는 요한의 캐릭터를 참 잘 살려냈다. 사실 드라마판에서 야마다가 워낙 미친 연기를 보여줘서 료지 캐릭터에는 그리 기대 안했었는데 고수의 요한도 야마다의 료지 못지않게 정말 아련하고 좋았다. 고수가 이렇게 괜찮은 배우였는지 미처 몰랐는데 농담 아니고 여자 관객들은 그냥 고수 하나 믿고 보러가도 절대 후회 안 할 거라 장담함ㅋㅋㅋㅋㅋ 또 손예진은 사실 이미지만 보면 주워온 들고양이 같은 원작의 유키호와 약간 차이(.....손예진은 따지자면 집에서 키운 귀여운 강아지상이잖아ㅋㅋㅋㅋ)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기본 연기력이 있으니 처음부터 별 걱정은 안 했고 기대했던 데로 대체적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앞서 말했듯 각본 자체에 살짝 무리수가 있어서 약간 붕 뜬 느낌을 줬던 대목도 있긴 한데 뭐 화장실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울던 그 씬 하나로 게임 끝임ㅡ오버하지 않고 절제된 연기를 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젊은 배우, 정말 괜찮은 배우다.
특히 나는 끝부분에서 감탄했던 게 요한과 미호의 날려버린 청소년기를 보상이라도 해주듯 손예진과 고수, 두 배우가 교복을 입고 사진 찍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때 손예진 웃는 게ㅡ사실 작품 내내 미호의 웃음은 아름답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했던 미소, 원작 소설대로 딱 주워온 들고양이같은 느낌을 줬었다. 사람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경계하고 뭔가 감추고 있는듯하여 보는 사람 역시도 살짝 불편한 느낌. 근데 그 마지막 장면 미호의 웃음만은 정말 너무 티 없이 환한 느낌이었다. 작품 내내 어둑어둑한 풍이었던 요한 역시 그 때만큼은 예쁘게 웃고 있었고. 빛이 되어줬던 남자도, 그 가짜태양 아래서 살아왔던 여자도ㅡ이 둘이 바랐던 것은 단지 저렇게 환한 진짜 태양 아래서 함께 환하게 웃는 것 뿐이었을 텐데. 너무나도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덕분에 그 마음이 더 사무치게 다가와 안타까웠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 덕분에 그 별 거 아닌 끝장면에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려올 수 있는 거겠지........딱히 두 배우의 은혜로운 교복샷을 봐서 이러는 거 아니다-_-
사소한 불만 두 가지....
그건 그렇고 중요부분마다 나왔던 백조의 호수의 그 곡은 에러였음. 아니, 의도는 알겠는데 좀 안 어울린다는 느낌? 굳이 백조의 호수에서 어떤 곡이든 쓰고 싶었으면 차라리 다른 부분을 쓰지 그랬냐 싶었음.
그리고 영화 속에서 디자이너샵 사장님이면서 손예진 옷은 왜 그모냥이얔ㅋㅋㅋㅋㅋㅋ나 석규옹이 샵으로 찾아왔을 때 입은 한 사이즈 작아 보이는 니트원피스 보고 진심 맘 상했어ㅋㅋㅋㅋㅋㅋㅋ그런 디자이너가 만든 옷 따위 입고 싶지 않아ㅋㅋㅋㅋㅋㅋ